가상 사건 1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단체에 흑인혐오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백인이 상급자로 들어가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무리한 처벌을 강행하다가 흑인을 사망케 했다.
가상 사건 2
동성애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조직에 동성애자 혐오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이성애자가 상급자로 들어가 규 정을 위반하면서까지 무리한 처벌을 강행하다가 동성애자를 사망케 했다.
가상 사건 3
또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조직에 여성 혐오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남성이 상급자로 들어가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무리한 처벌을 강행하다가 여성을 사망케 했다.
이 사건들의 본질은 단순한 규정 위반일까, 혐오범죄라는 의도일까?
위 가상의 사안들에서
"관련자가 백인인지, 이성애자, 남성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흑인이든 백인이든, 또는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규정을 어긴 것이 본질"
이라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본질을 놓치거나 더 나아가 자신도 모르게 애써 덮고 있는 것이 아닐까?
또 하나의 사고, 훈련병 순직 - 부패와 무능이 초래한 비극
오늘 새벽, 또 하나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엊그제인 25일, 훈련병이 얼차려를 받던 중 쓰러진 후 병원으로 이송되었는데 결국 사망했다는 소식이다. 이미 지난 해 있었던 채상병 순직
calmcast.tistory.com
육군 제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에 대한 루머들이 떠돌고 있다.
사고를 당한 훈련병의 안색이 안 좋다는 동료 훈련병들의 호소를 듣고도 무리하게 군기훈련을 지속시킨 간부가 여성이며, 현재 주한미군 등 수많은 남성들의 나체사진을 돌려보고 신상정보까지 서로 공개한 것으로 알려져 큰 논란이 된 모 남성혐오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사람으로, 이미 이 사람에게 무리한 군기훈련을 당한 훈련병들이 여럿이다
라는 내용이다.
우리 사회가 해서는 안 되는 일
온라인에서는 이미 이 루머가 기정사실화되어 이 인물에 대한 무차별적 혐오발언과 인신공격이 쏟아지고 있다. 사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직접 관련이 있는 사람들, 즉 순직한 훈련병과 함께 군기훈련을 받았던 동료 훈련병들과 해당 부대 관계자들이 확인하기 전까지는 아무리 어떤 정보가 떠돌아도 함부로 속단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우리 사회가 해야 하는 일
그러나 만에 하나 해당 루머들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 사건의 본질이 단순히 군생활을 먼저, 오래 해 본 상급자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이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규정을 어겼다가 비극적인 결말을 초래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 맞다. 즉, 해당 간부에게 다른 의도가 없었는지를 조사해야 하는 것이다.
의도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처벌이 결과 위주로 정해진다고 하더라도, 의도의 파악은 우리가 앞으로 비슷한 사고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그 동안 간과해왔던 우리 사회의 치부와, 그것이 만들어진 배경의 치부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의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루머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조사를 마쳤을 때 그의 신상, 그의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 내역과는 전혀 무관하게 단순 규정 위반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애초에 본질을 밝히기 위한 접근마저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은 지금 한참 문제가 되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개입과 많이 다르지 않은 부당한 방향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의혹을 받는 것이 억울하다고 해도, 순직한 당사자와 그 유가족들보다 억울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 겪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한 의혹은 의혹대로 조사해야 하고, 대신 먼저 속단하고 분노하기보다는 의혹이 어느 한 족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으로 조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할 일일 것이다. 의혹 단계에서 또다른 피해자를 만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반드시 주의해야 여론에 휘둘리지도, 역풍에 휘말리지도 않는 중립적인 조사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포스팅은 누군가의 통화 후에 작성되었다. 그는 집행간부의 성별과 관련된 루머를 확인해줄 수 있냐는 질문에 '성별은 본질이 아니다"라며 다소 화가 난 어조로 대답했다. 아마도 해당 루머로 인한 많은 이들의 섣부른 속단과 혐오성 발언에 지쳤으리라. 어느 누구에게도 모든 게 확실해지기 전까지 함부로 분노와 혐오를 쏟아내지 말자는 생각을 전하며 이번 포스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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