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겸TV의 김보겸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매각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매각 제안이 한 일곱 번 쯤 있었는데, 그 중 제시 금액이 가장 큰 경우가 "큰 거 세 장"이었다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보겸TV에 열심히 참여했을 나이는 아니지만, 지금은 군대에 있는 조카(2000년대생)가 어릴 때부터 내게
"삼촌, 보이루~"
하고 인사했을 정도로 보겸TV를 좋아했던 덕분에 보겸TV를 알게 되었다. 2000년대생 남자들에게 보겸TV는 지금 3040대의 "무한도전" 이상의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김보겸이라는 사람으로 치면 무한도전의 메인 MC인 유재석과는 비교도 안 될 지위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그는 2000년대 출생 남자들이 주 구독자인 상황에서 한 때 구독자 500만명을 앞두기도 하였다.
조카가 순수한 마음으로 좋아했던 보겸TV의 그 김보겸이어서 그랬을까. 그가 힘든 일을 겪을 때 무척 안타까웠으며, 매각 소식을 접한 지금은 섭섭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떤 결정이든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 그가 다 털고 이겨냈나 했는데, 결국은 채널을 매각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제 보겸이 운영하는 보겸TV는 없어지는 것인지 아쉽기만 한데...
페이크란다.
복귀 후 주주총회였다.
음...
그래도 나처럼 철렁한 사람들 꽤 있었을 거다. 나는 2000년대생도 아니고 구독자도 아닌데도 말이다.
충분히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인데도 정말 보겸TV가 방송을 접고 어디 가서 조용히 살까봐 철렁했다면 그 이유는 아마도 과거의 상처가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보겸TV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의외로 많다. 이 포스팅은 그런 분들을 위한 포스팅이다. 부디 한국 사회에 지난 2020년 전후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일들이 지금의 20대들에게 어떤 충격을 주었는지, 그리고 그 충격의 결과가 지금 어떻게 우리에게 다가왔는지를 이해하고자 함이다. 이 포스팅에 쓰인 사진들은 모두 보겸TV의 영상들을 캡쳐한 것이다.
만인이 부르던 이름
태어날 때부터 (정확히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버님께서 인근 작명사님께 선물을 제공하시고 이름을 지어주신 후부터) 김보겸이었던 그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였던) 유튜버이다.
2010년대 초반부터 아프리카에서 방송을 시작해 유튜브로 넘어왔으며, 2010년대 중반 이후로 10대 남학생들 사이에서 사실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으며, 그 영향력은 당시 10대가 성장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보겸이 구독자들을 상대로 미치는 일방적 영향력이라기보다는... 구독자들 역시 보겸을 형으로, 친구(?)로 무척 아끼는, '친밀도가 높다'는 말이 사실에 가깝다.
특히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써온 이름을 따서 쓴 "보이루 (보겸 + 하이루)"라는 인사말은 보겸의 팬들을 넘어서 다른 방송인들 사이에서까지 유행했는데, 이 표현이 문제가 되었다.
아무도 중재해주지 않았던 음해
페미니즘의 광기가 점점 과격해지던 2010년대 후반, 문제의 여초 커뮤니티들에서 슬슬 "보이루"를 트집잡기 시작했다.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고 아무튼 보이루의 "보"는 여성을 뜻하는 그 단어의 첫 글자라는 것이다.
아니,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보겸이었는데???
그냥 황당하기만 했던 루머가 여초의 "보력지원"에 힘입어 점점 퍼지면서 보이루라는 말을 쓰면 추방을 당하거나 게임 계정이 정지를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직접 해당 사이트 (EORZEA) 에 문의를 한 보겸이 받은 답변은 대략 "원래의 뜻과 관계없이 해당 표현으로 갈등이 생기는 상황이면 정지할 수 있다"는 것. (2020. 3. 2 영상)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약 1년 뒤 (2021. 2. 8 영상) 그에게 이상한 제보가 쏟아졌다. 내용은 어느 논문에 위의 '보이루' 어원 논란이 사실인 양 기재되어 발표되었다는 것. 해당 논문은 당시 가톨릭대학교 강사였던 윤지선이 쓴 것으로, 논문이 쓰여진 시기는 이미 1년도 더 전인 2019년 12월이었다.
제보자들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고소하라"며 대응을 종용하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그냥 사과받고 오해를 푸는 정도를 생각했던 보겸의 생각과 달리 윤지선은 (대부분의 한국 페미니스트들과 마찬가지로) 막무가내였다. 오히려 정정과 사과를 원하는 보겸을 "자신을 위협하는 여혐주의자"로 몰고, 각종 방송에 나와 언론플레이를 시작했다.
물론 그 와중에 교묘히 논문을 수정하여 빠져나갈 궁리를 한 흔적을 만들어두기까지 했다.
원래부터 이름이 김보겸이었던 보겸이 마치 의도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여혐에 사용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논문에 적시했다가, 슬그머니 "보겸의 의도는 아닌데 어쨌든 나쁜 뜻으로 20~30대와 어린이들 사이에까지 퍼져있다"고 고쳐둔 것. 물론 그 과정에서 사과는 없었고, 연락도 안 받고, 그저 법적 대응에 맞서겠다며 남성 커뮤니티를 사찰할 사람들을 모집하는 등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했을 뿐이다.
그 와중에 보겸은 여기저기 다니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논문의 철회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줄 것을 요청했으나, 정말 하나같이 그의 요청을 외면했다.
온 나라가 자신에 대한 악의적 허위사실을 퍼뜨리고, 코로나 사태에 마스크를 나눠주며 선한 영향력으로 뉴스에 나왔던 그가 하루 아침에 수백만명의 10대 20대에게 이상한 말을 지어서 퍼뜨리는 혐오주의자가 된 상황.
그 누구도, 당연히 도와줄 거라 생각한 국가도, 교육기관도 모른척하고, 그 동안 정의를 외쳐오던 그 누구도 이 상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무는 상황.
웬만한 멘탈로는 견디기 어려웠을 거고, 보겸 역시 구독자들이 지지해주지 않았다면 한층 더 힘들었을 거다.
대인기피증 및 활동 중단
그 뒤로 시간이 지나 최종적으로 해당 논문은 내려갔고, 법원은 윤지선이 보겸에게 5천만원의 손해배상을 하도록 판결했지만, 그건 작년(2023년)이 되어서야 결정된 일이었다.
10년 가까이 방송활동을 하며 많은 팬들을 보유한 그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소송을 진행하면서, 그리고 만인이 다 아는 거짓을 만인이 모른척하는 현실을 겪으면서, 대인기피증으로 고생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사람들(여성들)의 시선에 힘들어하며 성형수술을 결심한다.
그는 온 나라가 악질적인 허위사실로 논문을 쓰고 버젓이 공개하는 일개 남성혐오 페미니스트의 거짓말에 휘둘리고 자기의 말은 들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얼마나 큰 무력감을 느꼈을까? 그리고 그를 좋아하던 당시 10대, 20대들은 또 얼마나 큰 무력감과 안타까움을 느꼈을까?
아래는 성형수술 사실을 알리는 영상에 달린 댓글들이다. 하나같이 애절하고 간절하게 어떻게든 보겸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그는 잠시 잠적했다가 2022년 7월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는 좀 괜찮은지, 매각한다고 어그로를 끌며 주주총회를 한다.
미안하고, 고맙고, 행복하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이런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 만의 하나 있게 되면, 옆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신경 안 쓰면 모르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누군가가 부당한 일을 당할 때 함께 나서주는 곳이 되어있기를 바란다. 저절로 되는 건 아니고, 우리 스스로 그렇게 만들어야 할 거다.
그리고 윤지선씨도 언젠가는 자신의 억지 주장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낸 보겸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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