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일부 특정 인물만의 잘못인 일은 단 하나도 없다

정치, 우리의 현실을 아우르는 큰 틀

[나비효과] 임성근, 안중사, 채상병

I라고봐 2024. 5. 9. 18:55
728x90
반응형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내가 모른척한 남의 불행은 반드시 되돌아온다.

 

 

 

이 글에서 언급될 순직 군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감히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한국에서 민주당의 페미니즘이나 부동산 폭등(폭락이 아니다. 가격이 오르는 폭등이다)보다 쉽게 용서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바로 국민의힘 정권에서 생명이 희생되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문재인 정권이 다음 민주당 정부로 이어지지 못하고 정권교체된 가장 큰 근본적인 원인은 페미니즘과 같은 광기어린 PC주의 강요라고 생각하지만, (이유는 원래 수십년간 2찍이었던 지지자들 외에 2030 남성들을 추가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표면적인 이유로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꼽는 이들이 많다. 즉, 민주당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수요 폭증은 감히 국민들이 용납할 수 없는 끔찍한 범죄다.

 

반면 국민의힘 정부에서는 사람들이 수백명쯤 죽거나, 멀쩡하던 군인이 악천후에 훈련이나 대민봉사를 강요당해 실종되고 사망하면 그런 건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현재의 한국 사회다. 우선 대통령실부터가 "조그마한 사고"라고 대놓고 얘기해도 자리 보전 잘 하고 웃으며 기자회견할 수 있을 정도다. 

 

출처: MBC

 

그러나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부동산 폭등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정말 본인의 가치관이 그러해서든, 아니면 자기도 모르게 민주진영에 대한 반감을 가지도록 세뇌되어 비이성적이고 반인륜적인 판단을 아무렇지 않게 내리는 수준이 되었기 때문이든, 사람의 생명이 불필요하게 희생되고, 책임자가 그 희생의 의미를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하고, 나아가 책임을 회피하고자 오히려 유가족 및 다른 사람들을 공격한다면, 그에 대해 훨씬 더 많이 부당함을 느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너무나도 무책임하게 '보수'진영은 수십년간 자신들의 범죄행위를 비판하는 이들에 대해 집요한 종북/좌파 프레임을 씌우고, 민주진영은 이를 바로잡을 자신들의 책임을 우습게 생각하는 것을 방치한 탓에 지금 우리 앞에는 그 동안 외면해온 댓가들이 물밀듯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임성근 in 2009 (국민의힘 이명박 정권)

 

 

지난 해 있었던 안타까운 채상병 순직 사건과 이를 둘러싼 외압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 중 하나가 "임성근"이다. 

현재 별 두개를 달고 있는 해병대 소장으로, 채상병 부대가 속한 1사단의 사단장이었다. 그가 논란의 중심인 이유는 채상병이 순직해야만 했던 이유, 즉 하늘에서는 비가 쏟아져내리고 하천 물은 겉잡을 수 없이 불어가는데 군인들을 그 한가운데에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구명조끼조차 '입지 못하게' - 꼼꼼하게 챙겨주지 못하고가 아니다. 입지 못하게 했다 - 하고 투입시켜 기어코 급류에 휩쓸려가게 한 것이 사단장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임성근의 부하가 악천후에서 사망한 것은 놀랍게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이명박 정권 당시 그는 부하들이 악천후 속에서 훈련을 강행하게 하다가 결국 안영우 중사(순직 당시 하사)가 실종되는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안 중사는 그 전해였던 2008년, KBS 1박2일이 해병대를 방문했을 때 해당 방송에 출연한 바 있다. 아직도 남아있는 영상에서 생전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전우라고 주장한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용자가 작성한 글에 따르면, 안영우 중사는 결혼을 불과 2주 앞둔 2009년 10월 16일, 악천후 속에서 "바다를 가르는 하강레펠을 보수중에 바다 한가운데(일명 수색해안)" 실족하여 실종되었다. 

 

출처: 디시인사이드 해병대 갤러리

 

황당한 것은, 파고가 4m가 넘는 상황에서 안 중사를 굳이 투입해 실종하게 만든 군은 정작 그가 실종되자 해상기후를 이유로 '무리한' 수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출처: 모 인터넷 커뮤니티 해병대 갤러리, KBS)

 

당시 안 중사가 속해있던  해병대 제6여단 63대대 지휘관 임성근은 당시에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훈련을 받기 어려운 날씨에 훈련을 강행해 부하의 사망사고로 이어졌다면, 이는 명백히 지휘관의 책임이다. 이 때 임성근이 처벌을 받지 않도록 결정한 이들은 당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들이 이 때 어느 하사의 목숨이 잘못된 판단을 내린 지휘관의 앞날보다 더 소중하다고 양심적으로 판단했다면, 그 옆에 있던 이들이 더 강하게 반발했다면, 그 가족들이, 그 사회가 그 사건을 바로잡으려 했다면 어땠을까.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던 듯 하다.

 

이에 더해 임성근은 이명박 정권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출처: YTN, MBC 라디오 시사 등)

 

당시 청와대외교안보행정관으로 근무했다는 것인데, 이 당시 호주 도피로 논란이 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이 함께 근무했다는 것이다. 정확한 시기나 직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해당 내용으로 칼럼을 작성하던 어느 언론사의 기자는 뜬금없이 대통령실 대변인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외압에 대한 수사도, 대통령실의 적극적인 해명도 없는 상황에서 대변인실은 임성근의 과거에 대해 기사를 쓰는 언론사에 일일이 전화해 '해당 내용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출처: 가톨릭뉴스)

 

출처: 가톨릭뉴스

 

 

임성근 in 2023 (국민의힘 윤석열 정권)

 

 

그리고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2023년 7월, 

 

2022년의 반지하 참사 등을 우리 사회가 너무나 우습게 생각하고 현 정권과 서울시 등에 책임을 묻지 않았기 때문일까.

 

윤석열은 폭우가 예보되자 한덕수 총리에게 이에 대처할 것을 지시하는데, 체계의 근본적인 변경이 필요했을 그 대처방법이라는 것이 "군-경을 포함해 정부의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라'는 것이었다. 한덕수는 한술 더 떠 행정안전부에 "늦은 밤이라도 경찰과 군부대에 지원을 요청하라"고 하기에 이른다.

 

즉, 좀 강하게 얘기하자면, 자신들이 할 일인 시스템 복구는 하지 않고, 대신 병사들을 잠 재우지 말고 밤에라도 끌어내 그 뒷감당을 하게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알려진 대로다. 2009년 부하를 순직하게 했던 임성근은 이제 별까지 달고 사단장이 되어 "(구명조끼 입지 말고) 티셔츠와 전투복 하의만 입고 수색활동을 하라"는 지시를 내려 결국 한 병사가 맨몸으로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기에 이른다. (관련 내용은 이미 녹취록으로 언론에 공개되어 있다)

 

 

언론보도와 녹취록으로 보는 윤석열 정권의 임성근 수사 제외 시도 사건

1. 2022년 반지하 참사 등 폭우 피해 및 정부/여당의 망언 2022. 8. 8. 서울에 내린 장맛비로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 일가족 3명, 동작구 상도동 반지하 주택 50대 여성 1명 등 사망자 속출 관련자

calmcast.tistory.com

 

 

 

 

... 

 


 

우리 사회가 결정할 일이 남았다. 

 

또다시 희생된 군인의 목숨을 우습게 생각하고 임성근을 지켜주어 몇년 후, 또다른 유가족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이 고리를 여기서 끊을 것인가.

 

잘은 몰라도 현명한 결정을 내리려면 아마 임성근에게 계속 면죄부를 주려는 왜 임성근이 두 차례나 이런 비극의 중심에 있게 되었는지 조사할 기회를 방해하는 이들이 "조그마한 사고를 나쁜 정치에 이용한다"며 부추기는 선동에 휩쓸려서도, 그 선동을 이기겠다고 똑같이 증오를 이 사회에 쏟아내서도 안 될 거다. 대신 차가운 머리와, (이 사건과 직접 연관이 있는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의)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 유지가 그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책임자를 설정해서 무분별한 분노를 쏟아내고 매장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무분별한 분노와 매장 시도가 지양되어야 하는 것처럼, 책임소재를 가려달라는 요구조차 짓밟고 무분별한 감싸기를 시도하는 것 역시 지양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