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여전히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이제는 작년에 윤씨 정권이 마음껏 가져다 쓴 예비비가 문제가 되었다.
윤석열 정권은 국가재정과 관련해서 집요하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싸잡아 자주 공격했다. 즉, 그들이 세금을 낭비한다는 것이다.
이는 윤석열 정권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보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국민의힘 전체가 매번 민주진영 정부를 "국민들이 낸 소중한 세금 낭비하는 좌파"라는 프레임으로 공격할 때 늘상 쓰는 수법이니 하루 이틀 있는 일은 아니다.
대신 "보수" 국민의힘 정권들은 세금을 복지 같은 곳에 낭비하지 않고 능력있는 자신들이 직접 써오셨는데, 이번에는 국무회의에서, 즉 국회가 아닌 정부 내에서 심의해 사용하고 국회에서는 후승인만 받으면 되는 예비비를 윤석열 정권이 "해외순방"에 사용한 것이 드러났다.
'보수'는 세금 수백억 써도 괜찮은 대한민국
예비비는 긴급한 상황에서 원래 예산의 승인을 맡은 국회를 건너뛰고 정부 내의 국무회의의 심의만을 거쳐 (대통령 승인 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국회는 이렇게 지출된 예비비에 대해 사후 승인을 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해외순방이 매우 긴급했던지 작년에 기존 편성된 정상외교 예산 249억원을 애저녁에 다 쓰고 추가로 532억원을 이 예비비에서 가져다 썼다고 한다.
즉, 마음만 먹으면 정부 관계자들이 모두 같은 수준의 한패라는 전제 하에 대통령이 마음대로 써먹을 수 있는 게 예비비인 셈이다. 물론 우리가 생각해온 "국가",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라는 존재는 그런 수준의 국가는 아니지만. 노무현 때는 국빈이 드나드는 청와대 영빈관에 쓸 옷걸이를 매입했는데 그 가격이 몇 만원짜리 싸구려가 아닌 132만원짜리였다는 이유로 전국민에게 조리돌림당할 정도로 예산 낭비에 엄격한 나라가 아니던가.
'보수' 아니면 만원 단위도 용서가 안 되는 대한민국
노무현 정부 당시 132만원짜리 옷걸이에도 이렇게 집요한 공격을 퍼붓던 한나라당은 결국 이듬해인 2007년 치러진 대선에서 이명박을 내세워 정권을 가져갔다. 이후 이명박은 밝혀진 것만 혈세 수백억을 해먹은 걸로 드러나 옥살이를 하다가, 보수 정권 윤석열에 의해 사면받고 자유의 몸이 되었다
이 당시 노무현의 안검하수 수술과 함께 옷걸이 사태는 전국민이 노무현을 공격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지금도 비슷하다. 이재명과 노무현 두 인물이 직접적인 비교대상이 될 수는 없지만, 법인카드로 밥값 78000원을 냈다는 이유로 쥐잡듯이 탈탈 털린 이재명 일가를 볼 때, 한국 사회는 분명 세금 낭비에 대해 너그러운 사회는 아닌 듯 하다.
국가보안 R&D 예산, 무기질비료 지원 예산 등 줄줄이 삭감
그래, 민주진영이 분명 미운 짓을 했을 거다. 언론이니 선동이니 하는 거야 수십년간 그래왔으니 민주진영이 자신들에게 박힌 미운털에 대해 그 핑계를 대기에는 스스로도 민망하고 부끄러울 거고, 뭔가 이유가 있을 거다. (대놓고 얘기해서 적폐청산에는 오만 점잔을 떨며 흐지부지해놓고서는 페미니즘 정책은 눈에 불을 켜고 강력 추진하는 이중적 태도 같은 것들)
그런데 그들이 미운 건 그렇다 치고, 포퓰리즘이니 뭐니 하며 허리띠 졸라매는 척 했는데, 김건희씨와 함께한 해외순방에 예비비 추가 편성만 532억원이라니, 어쩌면 여유가 좀 있었는지 모르겠...기는, 택도 없는 소리다.
해외순방에 532억원, 대통령실 이전에는 650억원을 예비비에서 가져다 쓴 윤석열 정권은 정작 국가보안 R&D 예산은 2022년에 편성되었던 2023년 예산 대비 29%(156억1000만원)나 삭감했다. (출처: 대한뉴스 http://www.dhn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8114)
뿐만 아니라 비료가격 급등에 따른 농업경영비 부담 경감과 식량안보 확보를 위한 무기질비료 지원 예산 (2023년 기준 1000억원) 은 전액 삭감되었다.
모두 해외순방 예산을 저렇게 쉽게 쓰지 않았다면 최소한 어느 정도는 살렸을 수 있는 예산들이다.
용인과 방관의 콜라보 - 윤석열 정권의 예비비 사용
그런데 "보수"의 세금낭비에는 유독 너그러운 걸까?
윤석열이 가만 있는 청와대를 옮기겠다고 고집을 부릴 때에도 적어도 예산과 관련해서는 이재명의 법카 논란이나 노무현의 132만원 짜리 옷걸이 논란 때만큼의 전국적인 비난을 받지는 않았던 것 같다 - 재작년인 2022년 기준 윤석열 정권은 청와대 이전 명목으로도 예비비를 650억원이나 가져다 썼다고 한다. 모르긴 몰라도 민주진영의 만원 단위 논란이 국민의힘의 수백억 낭비보다 더 울화를 치밀게 하는 사회인 것 같다.
유권자들이야 그렇다 치고, 더 답답한 건 민주진영 정치인들이다. 그들은 아직도 "우리가 모범생처럼 점잔떨고 있으면 언젠가 보이지 않는 손이 와서 모두를 심판해주고 우리에게 힘을 줄 거야"라는 순진하기 짝이 없는 착각 속에 빠져있는 듯 하다. 그들은 이미 작년에 해외순방 명목으로 예비비가 줄줄 빠져나가는 걸 인지했음에도 현실적인 제동에는 딱히 힘을 쏟지 않은 듯 하다. 설마 아니겠지만, 윤석열 정권의 잘못이 더욱 커져서 국민들이 용납하기 어려워질 때까지 두고 본 게... 아니겠지?
아닐 거다. 설마 나라 살림 보호하고 국민들 보호하는 것보다 일단 정치적 역풍 안 맞고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타이밍이 될 때까지 지켜만 보고 있는 걸 우선시하는 건 아닐 거다.
'정치, 우리의 현실을 아우르는 큰 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비효과] 임성근, 안중사, 채상병 (0) | 2024.05.09 |
---|---|
죄 짓고도 잘 사는 법 - '보수' 정권 관계자 되기 (최은순 가석방 vs 유시춘 압수수색) (3) | 2024.05.08 |
[보수 같은 소리] 국군의 죽음이라는 "조그마한 사고"보다 김흥국이 중요한 그들 (0) | 2024.05.03 |
"사법부 허락"? - 윤석열 정부의 오만한 선동과 국민의힘의 이중성 (feat. 관습헌법) (4) | 2024.05.03 |
["셰셰"와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국민들 입틀막하더니 중국 오만함에는 셀프 입틀막당하는 윤석열 국민의힘 우익 정권 - 2부 (4) | 2024.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