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수십년간 "보수"라는 타이틀을 독식해온 자들이 있다. 한국 사회가 그들을 보수로 포장하면서 나머지는 무조건 "좌파"라는 누명을 쓰게 되었다.

채상병 사건
이제 아마도 모든 국민이 다 아는 그 안타까운 사건은 지난해인 2023년 7월 19일에 일어났다. 우리나라에 꽤나 많은 비가 온 그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총리에게 "군-경 포함, 정부의 모든 가용자원을 총동원하라"는 내렸다. 그리고 한덕수 총리는 행정안전부에 "필요하면 늦은 밤에라도 과감하게 경찰과 군부대에 지원을 요청하라"고 했다. (2023년 7월 15일자 조선일보)

그리고 나흘 뒤, 경북 예천의 내성천에서 해병대 제1사단 신속기동부대가 무리하게 실종자 수색 작전에 투입되었다가, 그 중 채수근 일병이 급류에 휩쓸린 후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이후 상병으로 추서된 채상병의 소속 부대 전우 어머님의 인터뷰(MBC)에 따르면 (현장) 지휘관들이 물이 가슴까지 차오른다며 영상통화로까지 호소했는데도 불구하고 위에서 '그냥 수색해'라고 했다고 한다.

더 황당한 건, 폭우와 강한 물살 사이에서 수색작업을 시키면서 구명조끼도 없이 빨간 체육복 상의와 전투복 하의만 착용했던 당시 해병대원들의 복장이 사단장의 강조 사항이라는 명분으로 강압된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누가 왜 그런 위험한 상황에 굳이 군인들을, 그것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내몰았는지, 그래서 결국 희생자를 만들고야 말았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수사는 1주일만에 종료되었고,
- 윤석열은 잘 있고,
- 한덕수도 잘 있고,
-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례적으로 호주 대사로 임명되었으며,
-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지난 22대 총선에서 천안 갑에,
- 임종득 국가안보실 제 2차장은 지난 22대 총선에서 영주시·영양군·봉화군에 공천되기에 이르렀다.
이 중 임종득은 놀랍게도 실제로 당선되었다. 그가 당선된 곳 경상북도 영주시·영양군·봉화군은 사고가 일어난 예천 바로 옆이다.

그리고 구명조끼 없이 맨몸수색을 하라는 "사단장 강조 사항"의 그 사단장 임성근은 채상병의 부대원으로부터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와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된 것 말고는 잘 지내고 있으며, 전 국방차관 신범철이 "사단장은 빼라"고 문자로 지시하고, 현 국방장관인 신원식이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핑계로 징계조차 하지 않고 있는 상황임을 볼 때 앞으로도 이 정권이 바뀌고 관련자들이 처벌받지 않는 한 아무렇지 않게 잘 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임성근 당시 사단장의 혐의를 수사에서 제외하라는 황당한 지시를 거부했던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보직해임을 당하고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해 10월 6일 불구속 기소되었다.
"나쁜 정치" 채상병 특검법
상황이 이 따위니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야당 밖에 믿을 게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민주당의 문재인 정부 당시였던 2020년, 한국은 군인 대민지원 홍보 포스터가 제작되고 공개되었다는 것만으로 큰 논란이 되었었다)은 수사 대상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 대사에 임명되고 출국까지 했던 사실과 관련해 현 정권의 위법 행위를 규명하겠다는 소위 "채상병 특검법"(의안번호 24295)을 발의하고 어제 국회 본회의장에서 통과시켰다.


국회에는 국회의원이 총 168명이 있었는데, 이 중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은 김웅 단 한 명 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특검법에 반대하며 회의장을 나갔다. 김웅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 중 유일하게 표결에 참여했으며, 21대 국회 기준 총 113명의 국민의힘 의원들 중 유일한 채상병 특검법 찬성자가 되었다. 정계 은퇴를 선언한 심상정 의원,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의원도 민주당과 함께 찬성표를 던졌다.
개혁신당의 양향자, 양정숙, 이원욱, 조응천 중 표결에 참여하고 찬성한 의원은 양향자 의원 단 한 사람 뿐이다.
폭우가 내리는 하천에 국군을 맨몸으로 내몰아 희생시킨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던 윤석열 정권의 대통령실(정진석 비서실장)은 갑자기 "안타까운 죽음"이라며, 특검법 가결을 두고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그럼 윤석열 정권이 관련자들을 도피시키고, 국회의원 시켜주고, 수사 중이라는 핑계로 오히려 징계를 거부하는 것이 좋은 정치라는 건가?
채상병보다 김흥국이 소중한 그들
특검법 가결 순간 국회 본회의장에 함께 있던 해병대 예비역들(해병대예비역연대 소속)은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을 흘리며 거수경례를 했다. 대한민국 사회가 수십년동안 보수라며 감싸온 국민의힘의 윤석열 정권이 "나쁜 정치"라고 비난한 그 특검법에 "정의는 살아있다"며 기뻐했다.
"나쁜 정치"에는 관여하고 싶지 않았는지, 국민의힘은 단 한 명 빼고는 특검법 표결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보수라면서, 민주당 정부가 사병 월급 현실화를 시작하기 전까지 대한민국 청년들을 데려다가 월급이라며 한 달에 몇 천원을 주고 고생시키던 그들.
보수라면서, 군 내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제대로 된 조사도 방해하며 유가족들 눈에 피눈물 흐르게 하던 그들.
보수라면서 수십년간 연평해전, 천안함 사태 등을 철저히 이용하며 군인들 대우하는 쇼를 하다가, 정작 말 그대로 폭우가 쏟아지는 하천에 맨몸으로 내몰려 사망한 국군 장병의 죽음을 조사하고 책임자를 밝히려고 하니 "나쁜 정치"라며 아예 대놓고 거부하는 그들.
같은 날 수십년간 해병대팔이를 하다가 채상병 사건에는 입을 다문 채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 옹호에만 열을 올려 해병대 전우들의 비난을 받았던 김흥국은 "보수" 매체에 출연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전화를 걸어와 인간적으로 감사함 표현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 전 비대위원장을 두고 "아주 순수하고 정치인 같지 않다"고 평했다.

아래는 위 영상에 달린 댓글들이다.

어질어질하다.
작년 7월 19일 이후 10개월 가까이 지나서야 사건의 책임자를 밝히자는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에서 표결에 부쳐지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 자체를 거부하며 한 명 빼고 전원 퇴장하고,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서는 특검법을 두고 "나쁜 정치"라며 선동을 했던 어제 있었던 일이다.
그들이 과연 앞으로 더이상 연평해전, 천안함 사태를 이용하며 군인들 위하는 집단인 척 쇼하는 꼴을 두고 볼 수 있을까?
<추가>
현 대통령 윤석열씨는 결국 채상병 특검법이 통과된 지 19일만인 2024년 5월 21일,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석열 정권, 사상 초유의 거부권 행진 (채상병 특검법 향후 전망)
조금 전 현 대통령 윤석열씨가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해당 법안이 마음에 안 드니 다시 의결하라는 요구, AKA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calmcast.tistory.com
'정치, 우리의 현실을 아우르는 큰 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죄 짓고도 잘 사는 법 - '보수' 정권 관계자 되기 (최은순 가석방 vs 유시춘 압수수색) (3) | 2024.05.08 |
---|---|
[보수 같은 소리] 세금 낭비 1 - 예비비 532억원과 옷걸이 132만원 (0) | 2024.05.08 |
"사법부 허락"? - 윤석열 정부의 오만한 선동과 국민의힘의 이중성 (feat. 관습헌법) (4) | 2024.05.03 |
["셰셰"와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국민들 입틀막하더니 중국 오만함에는 셀프 입틀막당하는 윤석열 국민의힘 우익 정권 - 2부 (4) | 2024.04.18 |
["셰셰"와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국민들 입틀막하더니 중국 오만함에는 셀프 입틀막하는 윤석열 국민의힘 우익 정권 - 1부 (2) | 2024.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