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적어놓고 며칠 묵혔다가 뒤늦게 올리는 포스팅..

원론적 외교원칙 언급에 "친중" 트집잡던 국민의힘, 대놓고 중국에 입틀막당한 윤석열 정권에는 먼 산만...
국민의힘이 나라를 말아먹고도 무려 전체 의석 수의 1/3 이상을 가져가는 기염을 토한 지난 22대 총선이 있기 전,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또 한번 구설수에 올랐다.

이재명 대표가 총선을 앞둔 유세 중 윤석열 정권의 외교 정책의 무모함에 대해 비판하며 "(중국에도) 셰셰(謝謝: '감사합니다'는 뜻의 중국어/대만국어),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라고 한 발언이 논란이 된 것이다. 엄하게 비판을 이어가다 "셰셰" 부분에서 민감한 문제에 섣불리 끼어들지 않고 말을 아끼며 그저 웃는 모습을 장난스럽게 표현한 모습은 그의 발언을 빌미로 비난을 쏟아내는 이들에게는 아주 좋은 먹이감이 되었다.
정확히 이재명 대표가 한 발언은 이거다.
중국 사람들이 한국 싫다고 한국 물건을 사지를 않습니다. 왜 중국을 찝적거려요? 그냥 (장난스럽게 손을 모으고 웃으며) "셰셰",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 뭐 자꾸 여기저기 찝적거리고, 양안 문제에 왜 우리가 개입합니까? 대만 해협이 뭘 어떻게 되든, 중국과 대만 국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뭔 상관있어요?
안 좋게 보고 싶어도 사실 말은 맞는 말이다.
우선 하도 선동이 판을 치니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대한민국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말고 자기들과 수교하자'는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중국과 수교를 한 나라다. 즉, 공식적으로 대한민국이 이제와서 굳이 대만을 중국과 별개의 독립국이라고 주장할 명분 자체는 애매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대만을 버리고 중국과 수교를 한 건 1992년 8월, 즉 민주자유당 (국민의힘의 전신) 노태우 정권 때다. (다만 다른 국민의힘 정권과 달리 노태우는 꽤 합리적이고 진보적인 성향이었다)
즉, 이재명의 주장은 (다른 이들도 아닌 국민의힘 정권이 과거에 대만을 버리고 맺은 한중수교로 인해) 양안 관계에 특별한 입장을 내기가 애매해진 한국의 포지션을 현실적으로 파악해서, 굳이 어느 한 쪽이 맞다고 섣불리 나서지 말고, 그렇다고 대만을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하지도 말고, 양쪽이 한국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면 그저 고맙다는 표현 (대만에도 "셰셰") 이나 하면서 지켜보자는 매우 원론적인 말이다.
배경 - 윤석열 국민의힘 정권의 널뛰기 외교
이런 원론적인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게,
2022년 6월 말 - 일부러 중국 자극

취임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던 지난 22년 6월, 윤석열 정권은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통해 뜬금없이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발언했다. 조금 비약해서, 올림픽 개회식 참석한 자리에서 갑자기 할 말 있다더니 "우리는 특정 어느 나라랑은 이제 끝났다고 봐!"라고 뜬금 쌉소리를 한 셈이다.
2022년 8월 초 - 결례 무릅쓴 뜬금없는 미 의전서열 3위 방한 무시
그러더니 한 달 쯤 지나서 이번엔 갑자기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방한을 하는데, 의전 책임을 국회에 떠넘기며 자기는 휴가 중이라고 아예 만나지도 않는다.
미국 하원의장이라 함은 무슨 국방부 장관, 국무부 장관, 국가안보 보좌관이니 대통령 보좌관이니 등등을 아득히 앞서는 연방정부 기준 미국 의전 서열 3위의 정치인다. (각 주의 지도자인 주지사가 있으면 이들이 하원의장을 앞서지만, 연방정부만 따지면 대통령 - 부통령 - 하원의장)

그래, 본인은 휴가라고 치고, 그럼 다른 사람이라도 보내던가. 하원의장이 아니라 그냥 손님이 와도 저렇게 아무도 안 마중나오지는 않는다. 말 그대로 윤석열 정권 측에서는 "아무도" 안 나갔다. 그냥 미국 사람이 방한 왔는데 한국에 있던 다른 미국 사람들끼리 마중나온 거다.
나중에 보니 윤석열은 그 시간 대학로 연극배우들과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진을 굳이 공개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중국에 불필요하게 "당신들과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을 아무 연관도 없는 자리에 나가서 굳이 공개적으로 하더니, 이번에는 미국에서 손님이 오는데 술이나 마시면서 얼굴도 안 비춘 셈이다.
2023년 4월 중순 - 외신 인터뷰에서 굳이 대만 문제 언급하며 "국제사회와 함께 (중국의) 무력 통한 변화 꼭 반대할 것" 언급
그러더니 지난 해 4월에는 또,

이번엔 또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중국-대만 문제를 끄집어내 "무력으로 상황을 바꾸려니 긴장이 생기는 건데, 한국이 국제사회와 함께 꼭 이런 시도를 반대할 것"이란다.
정말 쓸데없이 이쪽 편 들고 눈치보다, 또 저쪽 편 들고 눈치보다..., 말 그대로 미친X 널 뛰듯 이리 뛰었다 저리 뛰었다 한다. 불필요한 언사로 스스로를 난처한 입장에 자꾸 밀어넣는 셈이다. 한국이 약한 나라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엄밀히 따지면 틀린 말도 아니다. 그러나 맞는 말이라도 아무 데서나 입 열어 나라를 난처하게 만드는 대통령은 대통령 자리에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다.
하다못해 세계 최강대국 미국도 이렇게 미친 ㄴ 널뛰듯 가볍게 이쪽에 한 마디 하고 저쪽에 한 마디 하고 하지 않는다.
외교부의 필리핀 선원 안전 우려에 中, "덩달아 떠들지 마라"
그러다 결국 일이 터졌다.
올 초,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중국을 사이에 둔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필리핀의 선박에 물대포를 발사하며 "자국 수역(??)에 불법 침입했다"고 주장한 것.

물론 사람인 자국민에 직접 물대포를 쏘는 미친 국민의힘 정권(이명박 정권)을 겪은 우리나라 사람들 입장에서야 배에 물대포 쏜 건 별 것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남의 나라 배에라도 물대포를 쏘는 건 당연히 쉽게 용납될 수 없는 일.
특히 자국민에 물대포 쏜 이명박은 수백억을 해먹었는데도 사면해준 윤석열 정권이 이번엔 갑자기 제정신이 돌아와 필리핀 선박에 중국이 물대포를 쏜 건 참아주기 어려웠는지, 이틀 뒤인 7일,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정례 브리핑에서 이런 말을 한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필리핀 선박이 충돌하고 필리핀 선박에 대해 물대포가 사용되면서 벌어진 위험한 상황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 이러한 상황은 (필리핀) 선원들의 안전을 위협하며 남중국해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평화와 안전, 규칙 기반 질서 유지 및 해당 수역에서 유엔해양법 협약을 포함한 국제법 원칙에 따른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를 지지한다.
여기서 국제법 원칙이라 함은 아마도 지난 2016년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세컨드 토머스 암초’ 의 중국측 영유권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판결한 것을 두고 한 말이겠다. 세컨드 토머스 암초는 남중국해의 영토분쟁 지역으로, 필리핀이 실효 지배 중인 가운데, 중국, 대만, 베트남도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곳이다. 필리핀은 이 곳에 의도적으로 자국 선박을 좌초시키고 그를 중심으로 군사기지를 만들어 둔 상태다. 지난 3월 5일에는 이 곳을 드나들던 필리핀 보급선이 "자국 수역을 침범했다"고 주장하는 중국 해안경비선에게 물대포를 맞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말이야 맞는 말이다. 중국이 필리핀을 (한국인들은 몸으로도 맞는 물대포이긴 하지만) 공격했고, 필리핀 선원들의 안전이 걱정되는 상황인 것도, 전체적인 상황이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굳이 국제법 운운하며 사실상 "너희 아무 근거도 없잖아? 국제법이나 지키고 가만히 있어"라는 말을 할 필요는 없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적어도 윤석열 정권을 탄생시킨 국민의힘은 일본에 대해서는 영토도 바칠 판이고, 핵 오염수도 받아마실 판이고, 한국 반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겠다고 대놓고 공격해도 "일본님께 대들지 말라!"고 하는 참는 집단이니 외교적인 상황, 특히 경제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에 대해 굳이 껄끄러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미국과 중국 싸움에, 그것도 미국에도 쌍욕 한 번 시원하게 해서 눈 밖에 난 상황에서 다시 그 눈에 들겠다고 중국에 계속 의도적으로 껄끄러운 말을 한다는 것이 의아할 뿐이다.
아무튼 중국은 이를 보고 발끈했다. 발끈 정도가 아니라, 매우 오만한 발언을 한 거다.

어처구니 없다. "분위기에 휩싸여 덩달아 떠들지 않기를 촉구한다"니????
이재명의 "셰셰"에도 발작하는 윤석열 국민의힘 정권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윤석열 국민의힘 정권은 중국의 오만한 발언을 듣더니 셀프 입틀막하고 묵언수행 중이다.
이러니 정상적인 한국인 입장에서는 속이 터지는 게 당연하고,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기본적이지만 국민의힘 정권 수준에서는 모르고 있는 원론적인 얘기를 한 거다.
반대쪽에서 충분히 고깝게 들을 수 있는 "셰셰", 그러나...
애초에 이재명에 대한 국민의힘의 공격이 앞뒤도 안 맞고 억지 주장인 건 사실이지만,
한 발짝 물러서서 보면 이재명의 "셰셰" 표현이 거슬린 것은 맞다. 글쓰고 있는 나는 개인적으로 중국과 일본 모두 우리와 수교를 맺고 있는 나라들이지만 영원한 동맹도 적도 없는 국제사회에서 덮어놓고 처음부터 니편 내편 나누어 특정 국가에는 어떤 행동을 하든 무조건 참고, 어떤 나라에는 무조건 비난하고 조롱하는 건 정말 지양해야 할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이유도 아니고 자신들의 오만한 과거사에 대한 태도 때문에 한국과 마찰을 빚자, 한국의 주요 산업인 반도체를 아예 초토화시킬 생각으로 수출 제한까지 걸었던 일본을 좋아하기는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친일로 알려진 어느 정치인이 "일본에게 그저 아리가또 아리가또 하면 된다"고 했으면 아마도 침착하게 그 발언의 배경을 생각해보기보다 일단 황당해하며 분노했을 거다. 그리고 그 정치인은 그를 지지할까 말까 망설이던 이들 중 많은 이들을 돌아서게 해 결과적으로 잠재적인 표를 꽤 잃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쪽에서 그의 "아리가또" 발언을 빌미로 맹비난하던 정치집단이 정작 일본의 도발에는 찍소리 못한다면 참으로 모냥 빠지고 말 그대로 "내로남불" 소리 들을 것이다. 말하자면 오늘 포스팅의 이유인 셈이다. 즉, 국민의힘은 고작 "민감한 문제에 굳이 끼어들지 말고 일단 관망하면서 경제적 이득에 고맙다는 표현이나 하자"는 원론적인 말에 발작하면서, 중국에 대놓고 입틀막당하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갑자기 묵언수행자가 되어 쥐죽은 듯 스스로 입틀막을 하는 민망한 상황을 스스로 연출한 거다.
더구나 저 발언을 왜곡해 공격하는 쪽은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을 초토화시키겠다는 나라가 있어도 그저 경제를 위해서 고마운 줄 알고 얌전히 있어야 한다는 "시장경제 지상주의" 국민의힘이 아닌가.
포스팅 수 늘리기 위해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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