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단독 175석(지역구 161 + 비례 14), 범 야권 192석(민주당 175 + 조국혁신당 12 + 개혁신당 3 + 새로운미래 1 + 진보당 1)을 확보하며 '야당의 압승'이라 불리는 이번 총선.
언론 보도에서는 야당으로서 이렇게 압승을 거둔 예는 없다며, 야당으로서의 민주당계가 많은 의석수를 확보한 것이 이례적이라는 시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사실 현 여당인 국민의힘이 단순히 현 윤석열 입틀막 정권의 폭정과 무능 뿐 아니라, 태생적으로 반역을 일으켜 권력을 차지한 정권(전두환 정권)과 갈라질 수 없고, 이후로도 쉴새없이 학살, 수천억원대 비리, 국가부도, 이적행위라는 사상 초유의 반국가적 범죄행위와 실정에 연루되어온 정당이라는 특수성을 (의도적이든 아니든) 감안하지 못한 시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사실 민주당과 범 야권은 당장 현 정권을 멈추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의석수, 즉 200석 이상은 확보했어야 하는 게 맞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민주당의 주장대로 편파적인 언론 보도와 선동으로 민주당에 대한 반감을 극대화시킨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제했을 때, 민주당과 범 야권의 이번 총선 승리는 칭찬할 만한 것이 맞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과연 민주당 스스로 자신들에게 불리한 환경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선거 지형에서 과연 100% 최선을 다 했느냐 하는 부분입니다.
기울어진 운동장 - 긴장 놓지 않았던 1997년 대선
그렇습니다. 나라를 다 팔아먹어도 빨간당은 지지할 거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분들이 계시는 한국사회는 분명 정상적인 사회는 아닙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확인했듯이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빨간당을 찍어주는 (1980년 전두환 반역정권의 학살 피해자로서 가해정당인 빨간당에 대한 지지를 거부하는 호남과는 애초에 비교 대상이 아닙니다. 김대중이나 노무현, 문재인이 탱크 몰고 대구 내려가서 시민들 쏴 죽이고 수십년간 "빨갱이라서 죽였다. 그 동네는 빨갱이 동네다"라는 선동을 하고 전국적인 조롱을 부추겼다면 과연 대구, 영남에서 파란당 표가 단 한 표라도 나올지 생각해 보는 것도 객관적 판단을 위한 한 방법입니다) 이런 분들을 양산한 것 외에도 한국 사회는 북한과 뒤로 내통해 대한민국 장병들을 공격해달라고 구걸하는 사상 최악의 이적행위를 하다 발각되고,
그 다음 대선에서는 아예 대한민국 기업들로부터 약 1천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갈취해 트럭 째로 빼돌린 것이 발각된 이회창 신한국당/한나라당(순서대로 국민의힘의 1997년/2002년 당시 당명) 대선 후보가 현재 "좌파 김대중의 병풍 조작에 희생되어 대통령이 되지 못한 청렴 결백한 보수 정치인"으로 기억될 정도로 한국 사회는 나라를 뒤흔드는 세력이 국민의힘의 장기집권을 위해 퍼뜨리는 집요한 선동에 노출된 위태로운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과 한동훈이 이회창 "차떼기"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였다는 사실이 새삼스럽습니다. 당시 이회창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습니다만, 윤석열 정권 출범 전후 우익언론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을 키우고 윤석열 정권을 추켜세우기 위해 "성역 없는 '칼잡이'"니, "윤-한 21년 신뢰"니 하는 낯뜨거운 기사들을 쏟아냈습니다. 2024년, 그들이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한민국에서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도 윤석열의 거부권에 의해 무력화되었습니다.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조차 1997년 당시 대선은 김대중에게 긴장의 끈을 놓을 수도 있었을 선거였습니다.
10년 전 김영삼과의 단일화에 실패하고 독자적으로 평화민주당을 창당해 결국 김영삼도 김대중도 낙선하며 노태우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이후 지금까지도 "대통령병 환자"(이 표현으로 김대중을 집요하게 공격했던 신한국당 - 국민의힘의 당시 당명 - 이회창은 훗날 본인 스스로가 이 표현에 발목을 잡혀 대통령이 되려고 했던 욕망을 포기하게 됩니다)라거나, "지역감정의 원흉"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김대중이었지만, 그럼에도 그의 대중적 인기는 엄청났습니다.
1997년 당시 대선 후보별로 방청객을 불러 질의응답을 하던 프로그램에서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답변으로 쉴새없는 박수를 받았고, 그가 내놓았던 국가발전 계획은 당시 독재정권이 집요하게 퍼뜨린 김대중에 대한 흑색선전에 세뇌되었던 한국사회가 보기에도 감탄할 만한 것들이었습니다. 게다가 전두환-노태우의 군부독재당과의 삼당 합당으로 탄생한 김영삼 정부가 IMF 외환위기라는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로 마무리되면서 김대중 입장에서는 아마 본인이 당선될 거라는 분위기를 느꼈을 겁니다.
그럼에도 그는 대선 전날까지도 심야 TV연설을 통해 끝까지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직접 연설이 아닌, 외부 인사 초빙으로 진행된 이 날 연설의 연사는 군 복무를 하다가 작전 중 전사한 아들을 둔 어머니였습니다. 그는 절대 병역 문제가 있는 자가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김대중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다음날 치러진 대선에서 김대중은 국가부도의 책임이 있는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에 단 1.53%의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습니다.
(훗날 이회창의 병역 문제는 김대업 등이 주도한 "병풍 사건"으로 불리며, 이회창의 아들이 불법적인 면제를 받은 게 아닌, 정당한 사유로 면제받은 것으로 해명되었습니다. "허위사실 및 악의적 서술"의 가능성이 있는 나무위키에서는 현재 "병풍 사건" 항목에서 김대업에 대한 유죄 판결을 근거로 이회창을 마치 선량한 피해자인 것처럼 묘사해 두었는데, 이는 이회창 측의 선동으로 시작되었다가 결국 무혐의 처리된 김대중 비자금 의혹에 관해 아직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것처럼 묘사한 것과는 상반되는 것입니다. 양측의 병역비리 의혹, 비자금 의혹과 별개로 이 때 김대중이 조금만 방심했다면 사상 초유의 이적행위에 연루되고 훗날 김대중에 대해 제기했던 비자금 의혹 규모 670억보다도 더 많은 돈을 차떼기로 빼돌린 이회창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겁니다)
유권자들과의 화해 없이 이미 시작된 22대 총선
2022년 대선, 2022년 6월의 보궐 선거를 거쳐 이번 22대 총선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의 선거 준비 중 가장 아쉬운 부분은 기존 지지자들 외에 나머지 유권자들에 대한 화해를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나마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권 하의 대한민국의 참혹한 현실을 톡톡히 깨달은 유권자들 덕분에 민주당에 어느 정도 유리했지만, 이는 말 그대로 윤석열 국민의힘 정권이 너무 못해서 얻은 어부지리일 뿐, 민주당과 유권자들과의 관계는 사실 대선 때 민주당으로부터 돌아선 유권자들을 포용하는 과정 없이 그대로 치렀다가 큰 패배를 맛본 22년 6월 보궐 선거 때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이름이 두드러진 곳에서의 패배
부정선거가 아니라는 전제 하에,
대부분의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선전한 것과 달리, 이재명 대표의 이름이 유권자들의 입에 오르내린 지역구에서는 오히려 패배를 맛보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울산 경찰서장 출신 류삼영 후보를 내세운 동작을과 안귀령 후보가 출마했던 도봉갑이 그 예입니다.
동작을은 해당 지역구에서 19대, 20대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나경원과 맞붙었습니다. 21대 총선에서는 이수진 전 의원이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해 나경원을 누르고 당선된 바 있습니다. 다만 지역구 평가와 의정활동 평가가 좋지 않았다는 이유로 22대에서는 류삼영 후보에게 출마권을 내어주게 되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이미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이수진 후보가 당선되었던 이 곳에서 류삼영 후보도 당선되기를 기대하며 해당 지역을 여러 차례 방문해 지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지만, 결과는 오히려 8.03% 차의 패배였습니다.
도봉갑은 고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및 열린우리당 의장의 지역구로,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이었던 곳입니다. 1996년부터 2008년까지는 김근태 전 장관이, 이명박 정권 초기이던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한나라당 신지호, 다시 2012년부터는 고 김근태 전 장관의 아내 인재근 의원이 자리를 지켰던 곳입니다. 특히 인재근 의원과 상대 후보였던 김재섭의 표차는14%에서 20%였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인재근 후보가 불출마를 선언하고 추천한 유은혜 대신 이재명 대표는 부주의하게 "차은우-이재명" 논란에 휘말린 안귀령을 공천합니다.
출구조사에서, 그리고 사전투표 및 재외국민 투표에서 모두 이겼던 안귀령은 실제 개표에서 국민의힘 김재섭에게 1.16%라는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것으로 드러납니다. (부정선거가 아니라는 전제 하의 얘기입니다)
민주당에 불리한 한국에서 민주당은 과연 최선 다했나?
여당이 외환위기를 맞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야당 후보였던 김대중은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24년의 민주당이 과연 같은 모습인지는 모르겠습니다.
非지지자에 대해 무신경한 태도
우선 중도층 중 정치에 관심이 없어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을 뽑은 유권자들 말고, 민주당에 대해 적극적인 반감을 가졌던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조치가 없었습니다.
이는 계속되는 "부자감세"표현, 노인 조롱 등에서 잘 드러납니다. 그 어떤 유권자도 자신들을 무신경하게 남처럼 지칭하는 정치인들 좋아하지 않습니다. 현재 가진 표에서 추가로 표를 더 얻어야 승리하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자신에게 투표하지 않은 이들을 그대로 남 취급하고도 더 많은 표를 기대하는 것은 과격하게 얘기해서 망상입니다.
간절함이 부족했던 후보들
일본 자위대 창설기념식 참석 논란, 사춘기 장애아 목욕 봉사쇼 논란, 자녀 학력 의혹 등 갖은 범죄와 비리로 한 때 국썅이라 불리던 논란의 정치인 나경원도 비록 목적은 다를지언정 당선을 위해 용산구의 자택을 두고 동작구에 전세를 얻을 정도의 노력을 했습니다.
반면 류삼영은 물론 울산 경찰서장 출신으로 윤석열 독재 정권의 경찰 장악에 대항했다는 상징성이 있긴 하지만, 지역구 무연고 우려를 상쇄할 만한 제스쳐는 결국 없었던 셈입니다. 물론 애초에 민주당이 정부와 국회를 모두 가졌던 지난 정부에서 사회에 만연한 민주당에 대한 흑색선전을 뿌리뽑고, 유권자들로부터 미움받을 불공정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무연고 논란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지요. 그러나 지난 정부에서 민주당은 소위 "적폐청산"을 소홀히 했고, 민주당에 대한 반감을 가진 유권자들은 늘어났습니다. 물론 그 덕에 민주당 정치인들을 욕하는 내용이 무차별적으로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파고들어 이재명 대표의 "범죄자" 프레임이 굳어졌고요.
안귀령 후보는 한층 더 아쉽습니다. 차은우-이재명 논란에서 매끄러운 대처가 아쉬웠던 안귀령 후보는 도봉갑에 출마한 이후 해당 지역구를 방문한 유세현장에서 (안귀령 후보가 당시 방문 중인) 동네 이름을 아냐고 묻는 지역민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아무리 민주당 강세 지역이어도 차마 너그럽게 봐주기 어려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반면 그는 이재명 대표의 고향을 묻는 질문에는 "안동"이라고 재빨리 정확하게 대답하며 (...), 냉정한 유권자들에게 "동네 이름 아는 것보다 이재명 대표 개인정보 아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심어주었을 겁니다. 물론 안귀령 후보만의 능력이 있으니 공천되었겠지만, 지역에 대한 기본 정보 숙지나, 논란이 되는 자신의 이미지를 정확히 알고 그에 맞게 대처하는, 지역민들을 직접 상대하는 지역구 출마 후보로서의 현실적인 최소한의 준비는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적어도 민주당이 정말 나라를 걱정하고 윤석열 정권의 심판을 간절히 원한다면, 나경원이나 김재섭 후보가 당선을 위해 쏟은 노력보다는 더 큰 노력을 보여주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절로 얻어지는 건 없습니다.
풍전등화 같은 나라 상황을 수습하고, 동시에 갖은 생트집을 잡으며 민주당 관계자들 하나하나에 범죄자 누명을 씌우려는 미친 독재정권과도 맞서며 현재의 성과를 내어준 것만도 감사할 일입니다.
그러나 멀찍이 떨어져 지켜만 보는 유권자들의 눈에는 아쉬움도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수십년을 기다리다 완벽한 타이밍을 맞이했던 김대중 같은 사람도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민주당은 그보다 더 오래 기다리고 그보다 더 완벽한 타이밍을 맞이했다고 생각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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